김성호 감독이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집을 잃은 열 살 소녀가 개를 이용해 돈을 모으려는 기상천외한 계획을 그린 휴먼 드라마입니다. 이레와 김혜자의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과 따뜻한 메시지로 가족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영화 정보
2014년 12월 31일 개봉한 이 작품은 거울 속으로 등의 공포 영화를 주로 연출해온 김성호 감독이 전혀 다른 장르에 도전한 결과물입니다. 소원으로 주목받았던 이레가 주인공 '지소' 역을 맡았으며 그녀의 두 번째 영화 출연작이기도 합니다. 국민 배우 김혜자는 마더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레스토랑 마르셀을 운영하는 우아한 노부인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최민수는 홀리데이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미스터리한 노숙자 '대포'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강혜정은 실제 엄마가 된 후 처음으로 모성을 담은 역할에 도전하며 가장 역할을 떠맡게 된 철부지 엄마 '정현'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이지원과 홍은택 등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전체 관람가 등급으로 제작되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건전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으며 상영시간은 109분입니다.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영미권 작가의 성장소설을 영화화한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같은 시기 개봉한 국제시장과 테이큰 3 등 대작들에 밀려 최종 관객 수 30만 명이라는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줄거리
열 살 소녀 '지소'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사라지고 집마저 잃게 되면서 엄마 '정현'과 동생 '지석'과 함께 미니 봉고차에서 한 달째 생활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일주일만 더 있으면 이사 간다고 말하지만 지소는 더 이상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집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한 지소는 평당 500만 원이라는 부동산 전단지를 보고 500만 원이면 집을 살 수 있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지소는 친구 '채랑'과 함께 완벽한 개 도둑질 계획을 세웁니다. 개를 훔친 후 전단지를 발견하고 개를 데려다주어 현상금을 받는다는 단순한 계획입니다. 타겟으로 정한 것은 레스토랑 마르셀을 운영하는 노부인의 반려견 '월리'입니다. 어중간한 부잣집에 어중간한 크기의 개라는 조건에 딱 맞았기 때문입니다. 지소와 채랑 그리고 동생 지석까지 가세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드디어 월리 납치 작전을 실행에 옮깁니다. 한편 엄마 정현은 생계를 위해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며 고군분투합니다. 레스토랑에 취직했다가 아들을 화장실에서 목욕시키다 걸려 해고되기도 하고 도시락 배달 일을 하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월리를 성공적으로 납치한 아이들은 노부인이 전단지를 붙이고 현상금을 내걸기를 기다립니다.
결말
그런데 노부인은 예상과 달리 전단지를 붙이지 않고 월리를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답답해진 지소는 직접 노부인을 찾아가 월리가 스스로 나간 것이 아니라 길을 잃었을 뿐이라며 전단지를 붙이라고 말합니다. 그때 노부인은 지소에게 2억 5천만 원짜리 그림을 보여주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이 그린 그림이며 그림 그리는 것을 반대했더니 집을 나가버렸고 어느 날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니 월리만 남아있었다는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지소는 노부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월리는 자신에게 아빠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침 노부인의 조카 '수영'이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월리를 없애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지소는 노숙자 '대포'의 도움을 받아 월리를 구출합니다. 결국 지소는 500만 원의 현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노부인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노부인은 지소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개를 훔치는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따뜻하게 훈계합니다. 지소 가족은 비록 집은 구하지 못했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확인하며 더욱 단단해집니다. 아빠가 사라진 이유도 가족을 버린 것이 아니라 길을 잃은 것뿐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고 엄마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며 가족의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시청소감 및 평점
이 작품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실의 무게와 순수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수작입니다. 이레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지소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고 특히 우는 장면에서는 함께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감정 전달력이 뛰어났습니다. 김혜자는 국민 엄마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차가운 카리스마를 지닌 우아한 노부인으로 변신하여 연기의 폭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최민수 역시 8년 만의 복귀작에서 미스터리한 노숙자 역할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고 아이들과의 호흡에서 따뜻한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원작 소설이 가진 휴머니즘을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한 시나리오도 훌륭했으며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적절히 배치하여 지루하지 않게 구성했습니다. 아이들의 기발한 작전과 어른들의 복잡한 사연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깊이는 단순한 가족 영화를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개를 매개로 한 인간관계의 회복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담담하게 그려낸 연출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 관람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까지 충분히 감동시킬 수 있는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을 갖춘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사랑받게 될 숨겨진 명작입니다.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