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산골에서 40년간 함께해온 팔순 농부와 늙은 소의 마지막 시간을 담아낸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진정한 동반자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달하는 감동적인 휴먼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 워낭소리
영화 정보
워낭소리는 이충렬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입니다. 2009년 1월 15일 개봉되었습니다. 전체관람가 등급으로 78분 동안 상영됩니다. 주요 출연자로는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 그리고 누렁이라는 이름의 소가 등장합니다. 촬영지는 경상북도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입니다. 제작사는 스튜디오 느림보이며 인디스토리에서 배급했습니다. 1966년 전라북도 영암 출생인 이충렬 감독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다수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으며 1993년부터 영상작업에 관심을 갖고 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습니다. 워낭소리는 그의 첫 번째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2009년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습니다. 순제작비 8500만원으로 제작되었으나 극장 수익만으로 19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총 관객수는 약 293만명으로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전까지 독립영화 관객수 최다 기록은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가 가지고 있던 22만 5천명이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도 2억원으로 수익률 9500퍼센트의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줄거리
경북 봉화 산골에는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팔순의 농부 '최원균'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30년간 함께해온 늙은 소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의 수명은 15년 정도인데 이 소는 무려 40살입니다. 너무 노쇠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지만 할아버지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아버지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듣습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에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릅니다. 소에게 해가 될까봐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도 보입니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이지만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산같은 나뭇짐도 마다하지 않고 끌어줍니다. 할아버지와 소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할머니는 가끔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애착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느 봄날 할아버지는 자신의 소가 1년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시한부 선고를 듣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은 편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소와의 이별을 권합니다. 할아버지는 우시장에 소를 데려가지만 결국 팔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결말
할아버지는 우시장에서 "안 팔아"라며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터뜨립니다. 30년 세월의 무게와 누구보다 자신을 알아주는 존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할아버지와 소는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1967년생인 누렁이는 촬영 시작 때부터 이미 병들어 있었습니다. 한국 나이로 42살이 된 어느 날 밭일을 하다가 쓰러져 그길로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할아버지는 소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깊은 슬픔에 잠깁니다. 소는 할아버지 집 근처에 묻히고 할아버지는 매일 소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영화는 생명의 유한함과 진정한 동반자의 의미를 조용히 전달합니다. 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산길 옆에는 워낭소리 공원이 조성되어 누렁이와 할아버지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최원균 할아버지는 2013년 10월 1일 향년 85세로 별세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누렁이 옆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삼순 할머니는 2019년 6월 18일 향년 87세로 별세했습니다. 두 부부와 누렁이는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워낭소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시청소감 및 평점
워낭소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도시의 복잡하고 빠른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관계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는 단순한 주인과 가축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의존하는 진정한 동반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우시장에서 할아버지가 "안 팔아"라고 외치는 장면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유대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이충렬 감독의 카메라는 인위적인 연출 없이 자연스럽게 두 존재의 일상을 포착합니다. 워낭소리라는 제목처럼 소의 목에 달린 방울소리가 두 존재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아버지가 워낭소리만은 정확히 듣는다는 설정이 매우 상징적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지루함보다는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내어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십니다. 다만 영화 개봉 후 출연자들이 겪은 사생활 침해와 감독의 후일담을 알게 되면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낭소리가 담고 있는 순수한 감동은 변하지 않습니다. 별점 8점을 드리고 싶습니다.